"타 병원에서 무릎 연골판이 찢어졌다며 수술을 권했습니다."
처음부터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. 이런 저런 이야기 후 타병원에서 촬영한 MRI 복사본을 꺼내놓으면서 두 가지 질문을 하셨다.
'제 연골판이 찢어진 것이 맞나요?', '꼭 수술을 해야 하나요?'
무릎 연골판이란 동물의 경우 속된말로 '도가니'라고도 하는데 무릎관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물렁뼈이다.
상식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뼈 사이의 끼어있는 물렁뼈는 누적되는 충격으로 마모가 되고 찢어지거나 닳아 헤지거나 할 것이 분명하다.
이런 경우를 '퇴행성 파열'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수술을 해도 많이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하지 않고 다른 치료를 한다.
반대로 젊은 사람이 과격한 운동으로 연골판이 갑자기 찢어지면 MRI로 '급성 파열'을 확인 후 관절경 수술을 한다.
의사는 MRI로 퇴행성 파열인지 급성 파열인지를 구분하고 파열의 모양 및 정도를 예상하여 수술을 결정한다.
문제는 명확한 퇴행성 파열도, 명확한 급성 파열도 아닌 경우의 수술 결정이 어렵다.
예를 들면
-중년의 여성이 평소에도 무릎 안쪽이 조금씩 아팠는데 등산을 무리하게 하여 증세가 심해진 경우 (퇴행성 파열에 급성 파열이 겹친 경우)
-60대 말의 여성이 횡단보도 신호등을 늦게 확인하여 갑자기 걸음을 내딛다 뒤에서 누가 발로 찬 것 같은 느낌의 ' 뚝 소리'를 느끼는 경우 (연골판의 뿌리 파열)
-20대의 젊은 청년이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여 만성적인 무릎통증이 있는 경우(퇴행성인지 급성인지 구별이 어려운 경우)
이런 경우에 수술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의사들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. 퇴행성 파열까지도 수술을 권하는 의사도 있고, 연골판 파열 자체가 거의 수술할 필요가 없는 병변이라 주장하는 의사도 있다.
나의 기준은 '파열의 악화 가능성'이다.
즉, 현재 찢어진 상태가 그대로 잘 유지가 될지, 아니면 더 심하게 찢어질지를 미리 예측하여 수술을 할지 말지를 정하자는 것이다.
그 검사는 아프지 않은 무릎과 비교하여 통증 유발검사에 양성 소견이 있는지 확인하여 양성이면 연골판 파열이 쉽게 악화되는 쪽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.
이를 '기계적 증상(mechanical symptom)'이 있다고 표현하는데 이 경우 수술을 권한다.
-서울장안정형외과의원 정선욱-